지난 10/4~5 이틀간 (사실은 2박3일 일정을 계획했지만) 부산을 다녀왔습니다.

 

한 2주전부터 계속 계획했던 첫 장거리 투어였는데요.

10/3 오후에 출발해서 10/6에 귀경하는 일정으로 계획하다가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3일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2박 3일로 계획하던차에

보일러 구동기 고장수리 때문에 5~6일 1박2일로 계획을 급 수정했다가

구동기 수리기사님께서 3일 오전에 방문해주신 덕으로

10월 4일 오전에 늦장피우다 점심시간에 출발하였습니다.

 

코스는 서울-문경-경주-부산-울진-동해-속초-서울 로 계획하였고요.

경주 황리단길에서 1박, 동해에서 1박 총 2박후 귀가하려던 계획이었으나

예전 야학 같이했던 동생이 최근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여

급 경주일정을 취소하고 부산으로 직행하였답니다.

 

일행이 없이 혼자 가는 길이고 첫 장거리라서 긴장반 설렘반으로 출발했는데

날씨도 좋고 너무 상쾌한 길이었네요.

 

전에 중거리로 임장 겸해서 서울-안성-천안-이천-서울 코스를 돌았던 적이 있는데
이때는 시내길도 많고 쉬는 것도 애매해서 너무 힘들었었는데

이번엔 국도로 오래 달리면서 의식하고 휴식을 챙겨서그런지 의뢰로 힘들지 않게

잘 다녀왔습니다.

 

<마땅한 휴게소가 없지만 1시간 반 이상 달려와서 안전지대에서 잠시 휴식을 갖기로 했습니다.>

Relive라는 앱도 설치하여 경로 동영상도 제작해보고 싶었는데 제 폰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더라고요.

 

첫 투어다보니 사진이라고는 위에 쉬면서 한장 찍은게 다네요.

 

말만 많이 쓰는 투어기라서 간략하게 적고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암튼 첫날 상쾌한 기분으로 달리다가 문경을 지나고 상주, 영주를 지나 경주, 울산까지 오니 해가 졌네요.

6시 조금 넘었을 뿐인데 울산에서 부산넘어오는 구간에서는 한밤중이더라고요. 도시지역이 아닌 지방의 도로에는 가로등도 없고 깜깜한 도로를 달리게 되더군요. 그렇게 한시간여를 더 달려 부산 송정 해수욕장에 도착한 시간이 7시 30분. 휴식시간 포함해서 7시간 30분을 달려왔네요.

 

부산에 있는 동생과 8시에 만나기로 한 관계로 30분동안 숙소를 잡아야하는데

금요일밤 해수욕장앞 숙소는 무작정 찾아가서 잡는게 쉽지만은 않더군요.

어렵게 예약은 했지만 방정리가 안되었다는 관계로 예약만 해두고 동생차에 장비 싣고 인근 유명한 물회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치과의사가 되었지만 잠시 백수로 있는 동생에게 밥을 얻어먹어 미안해지네요.

서울에 오면 맛있는걸 사주자고 위안하고 숙소에서 환복후 전망이 좋은 바닷가 카페의 원조격이라는 카페로 남자둘이 함께 갔습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 나이이다보니 2시가 넘도록 대화를 나누었네요.

아쉽지만 내일도 장거리를 달려주어야하니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져 결국 늦잠을.... ㅎㅎ

 

급한 마음에 일단 출발했습니다.

달맞이고개에서 대구탕 한그릇 먹고 출발하려던 계획이었지만 일단 출발해서 울산의 한 편의점에 들러 간단히

아점차 샌드위치와 삼각김밥으로 요기를 하였습니다.

편의점을 보고 주차를 시도하는데 먼저 도착해 계시던 지역 라이더 두분께서 앞으로 주차하라며 먼저 인사해주시네요.

 

서울번호판을 보고 놀라시며 짧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C650GT를 타시는 형님과 입문 한달차라며 S1000RR을 타는 4살 동생분께서

부러워해주시면서 안라기원도 해주시고 7번국도 타고 올라가는 계획에 대해 아는 사람만 안다는 좋은 길도 알려주시고

짧지만 좋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런게 라이딩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헤어져서 포항 지나 해안도로가 나오니 절로 함성이 나오는 경치네요.

혼자라서 더 맘편하게 헬멧 안에서 소리도 질러보고 반대차선에서 오는 할리그룹과 기나긴 수인사도 하며 즐겁게 주행하던 중 날씨가 점점 나빠집니다.

바람은 강해지고 간헐적으로 빗물이 흩뿌리기도 하네요.

 

이때 제대로 세팅하고 출발했어야 했는데...

결국 영덕을 지나 울진으로 가는길목에서 잠시 정차하여 우비를 상의만 꺼내입었습니다.

이때도 늦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판단미스였네요.

결국 쫄딱 젖고 중간에 백암온천가기 전에 깊은 물웅덩이를 만나면서 신발까지 몽땅 젖어버렸네요.

 

축축하고 춥고 시야는 제한적이고 3시정도였지만 울진을 거쳐 동해로 가려던 계획을 수정하여

백암온천에서 몸도 녹일겸 1박 하고 복귀하는 것을 1분정도 고민하다 다음날의 찝찝함을 못견딜 것 같아

바로 복귀를 하기로 했습니다.

 

일단은 왔던길을 되돌아가는 길목에 칠보산 휴게소에 들러 라면한그릇으로 추위를 달래고난 후

복귀길에 올랐습니다.

 

일단은 영덕까지 되돌아가서 내륙으로 진입하는 경로더라고요. 영덕에서 내륙으로 진입해서 가다보니

군복, 군화등 구제 아웃도어 의류 및 용품을 팔고계시는 간이판매장(?)같은 곳이 나타났습니다.

 

이미 장갑도 다 젖어버려서 혹시 대체할만한 장갑이 있나 싶었는데 마침 얇지만 가죽(또는 비닐) 장갑이 있더군요.

쫄딱 젖어있는 꼴을 본 주인 아주머니께서 따뜻하게 커피도 한잔 타주셔서 몸도 녹이고 중고지만 장갑도 새로 끼고

하염없이 복귀 라이딩을 했습니다.

일단 비를 맞은 상태라 더이상 비는 오지 않았지만 바람막이 대용으로 우비는 계속 착용하였는데

체온유지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장거리 투어에 우비는 꼭 챙겨야할 아이템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네요.

 

우여곡절끝에 경기도에 진입하니 마음이 좀 놓이더군요.

 

그것도 잠시 서울이 가까운 이천 혹은 여주 어디쯤에서 갑자기 나타난 과속방지턱과 곧이어 쏟아지는 소독약 세례....

돼지열병 때문에 경기도 지역 국도에서 쏘아대고있는 소독약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경험을 해보네요.

차로 다닐때는 간혹 도로에서 발포하는 소독약에 차가 더러워진다는 정도의 불편함만 있었는데

비와 소독약을 함께 맨몸으로 받아내니 또다른 감정이 느껴졌고요 지나고 나니 이 또한 바이크가 아니었으면 못했을 경험이다 싶더군요.

 

아무튼 다행히도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하게 첫 장거리 투어를 솔투로 마치고 밤 10시30분경 무복하였답니다.

다음에 기회가 다시 된다면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오후 5시전에 라이딩을 마치고 해당 지역을 돌아보는

그런 여유로운 투어를 해보고싶네요.

 

장기간의 일정으로 갈 수 있다면 텐트도 챙겨서 여유로운 전국일주를 해보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번에는 좀 더 여유롭고 좀더 알찬 투어기를 남기기를 기대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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